1월이었다. 창밖으로는 아름다운 눈송이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춤을 추며 날아다니고, 하늘에는 밝은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코를 찌르는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멋진 날이었다.
작은 민수는 좋아하는 회색 모자를 쓰고, 회색 장갑과 따뜻한 회색 목도리를 둘렀다. 그러자 작은 소년은 회색 털북숭이 고양이처럼 보였다.
민수는 문을 열고 문지방에 발을 내디디며 외쳤다.
와, 정말 아름다워! 할아버지가 저녁마다 읽어주시는 책 속 그림에서만 봤던 풍경이야. 밖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이런 멋진 날에는 마법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나나 봐.
민수는 발밑에서 경쾌하게 바스락거리는 눈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소년은 숲으로 가서 산책하기로 했다. 그곳에서는 나무들이 하얀 털옷을 입은 것 같고, 눈더미는 민수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소년이 숲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가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찍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소년은 생각했다.
민수는 걸음을 늦추고 앞을 자세히 살펴보니 작은 갈색 생쥐가 보였다. 생쥐는 등을 대고 뒤집혀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민수는 당황하며 생쥐에게 달려갔다.
생쥐야, 생쥐야, 살아있어?
생쥐는 반응이 없었다.
불쌍하게도 얼어버린 게 틀림없어. 그런데 갑자기 작은 갈색 생쥐가 눈을 살짝 뜨더니 벌떡 일어났다.
휴, 깜짝이야!
생쥐가 찍찍거렸다.
이게 무슨 마법이야! 동물들이 말을 할 수 있다니?
그때 민수는 할아버지가 겨울철에 여러 가지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것이 떠올랐다. 아마도 지금이 바로 그 마법의 순간인가 보다.
너 고양이 아니야?
찍찍거리는 생쥐가 물었다.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했어?
소년이 놀라며 물었다.
나는 조용히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개를 돌리니까 저 멀리 네가 보이는 거야. 온통 회색에 털북숭이고 둥글둥글해서 고양이인 줄 알고 이렇게 추운 날씨에 얼어 죽은 척하기로 했어.
그런데 왜?
소년은 계속 놀라워했다.
네가 나를 잡아먹지 못하게 하려고.
민수와 생쥐는 크게 웃었다. 그러자 생쥐가 물었다.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좋아, 말하는 진짜 동물들의 집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어. 그런데 네 집을 어떻게 찾지?
이렇게 하자. 내가 천천히 집으로 달려가면 눈 위에 내 발자국이 남을 거야. 그 발자국을 따라오면 우리 집에 도착할 수 있어.
그렇게 약속했다. 생쥐는 길을 따라 달려갔고, 민수는 그 발자국을 따라갔다.
소년이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눈덩이가 나타났고, 민수의 코앞에서 눈덩이가 멧돼지로 변했다.
오호! 누가 내 길을 막고 있는 거야?
와, 신기해! 너도 말을 할 수 있어? 이게 가능한 일이야?
민수는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우리 동물들도 말을 하고, 너희 사람들을 완벽하게 이해해.
멧돼지가 대답했다.
너희가 우리를 이해한다는 건 생각도 못 했어!
소년이 말했다.
있잖아, 우리 집에 놀러 올래? 내가 먹을 것도 주고, 집에 가기 전에 몸도 녹일 수 있어.
멧돼지가 웃으며 외쳤다.
새 친구들은 생쥐와 했던 것처럼 약속했다. 멧돼지가 발자국을 남기면 민수가 그것을 따라 집까지 가기로 했다.
소년은 길을 따라 걸으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돌아볼 새도 없이 갑자기 갈색 생쥐가 앞에 나타나 외쳤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이 친구들은 내 친구들이야!
생쥐 옆에는 똑같이 갈색인 생쥐들이 깡충깡충 뛰고 있었다.
지금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게.
생쥐는 민수에게 작은 건초 한 움큼을 건넸다.
민수는 생쥐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건초도 아마 마법의 건초일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도 먹을 수 있는 건초 말이다. 소년은 한 입 먹어보고는 기뻐했다.
알고 보니 이 건초 더미는 소년이 할아버지와 함께 여름에 집 근처 마구간에 사는 말들을 위해 준비해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오랫동안 준마와 새하얀 말들을 키워왔고, 애완동물들을 위해 베어둔 건초를 바로 이곳 숲속에 보관하고 있었다.
민수가 생각하고 기뻐하는 동안 뒤에서 멧돼지가 몰래 다가왔다.
아하, 벌써 여기 있었구나! 좋아! 지금 맛있는 걸 대접할게.
엄니가 난 멧돼지는 소년에게 똑같은 건초 한 움큼을 건넸다.
민수는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돌아보니 생쥐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생쥐들이랑 같이 여기 사는 거야?
소년이 멧돼지에게 물었다.
무슨 생쥐? 나는 여기 혼자 살아.
멧돼지가 대답했다.
이 건초 더미가 정말 크구나. 이렇게 많은 동물들이 살 수 있을 정도니까.
민수는 생각했다.
그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건초 더미 뒤에서 민수의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할아버지는 건초를 가지러 썰매를 타고 숲에 오신 것이었다.
민수가 돌아보기도 전에 동물들은 모두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버렸다.
민수는 할아버지에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다. 할아버지는 전혀 놀라지 않으셨다. 할아버지는 더 오래 사셨고 인생에서 많은 기적을 보셨기 때문이다.
그래, 민수야. 이 숲속 동물들을 위해 작은 건초 더미를 남겨두자. 물론 이 모든 것을 우리 말들을 위해 준비한 거지만, 숲속 동물들도 겨울을 나고 살 곳이 필요하잖니. 좋은 일을 하는 거야!
그렇게 결정했다. 민수와 할아버지가 떠나자 멧돼지와 생쥐들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에게는 겨울을 날 집이 생겼고, 먹을 것도 있게 되었다.